아산 외암마을에서 불타는 달집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설산 | 입력 : 2023/02/06 [09:17]

나라 안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전통과 문화가 살아 도시들이 있다. 그런 도시들은 대부분 그 지역에서 배출된 큰 인물의 영향으로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고 계승하려는 꼿꼿한 어른들께서 버티고 계셔서 지역의 여론이 형성되고 큰일들이 결정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땅 아산도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농촌의 작은 마을들이 사라지고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그 자리에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는 변화를 겪고 있지만, 언제 찾아가도 반세기 전 우리가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외암마을은 정겹기 그지없다.
 
외암마을에 매년 정월 열나흗날이 되면 장승제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린다고 하여 찾아간 외암마을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방문하였던 모양이다. 설핏한 오후의 햇살을 받은 외암마을은 입구에서부터 축제의 현장답게 풍물 소리가 흥겹게 들려온다. 마을 입구 서 있는 장승 아래에는 소원을 적은 각양각색의 소원 쪽지가 붙어있고 민속 놀이터에는 제기차기, 투호 놀이, 그네타기가 한창이다.

외암마을 풍물놀이
▲ 외암마을 풍물놀이

소원 종이 매달기
▲ 소원 종이 매달기

민속놀이 제기차기
▲ 민속놀이 제기차기

투호 놀이
▲ 투호 놀이

언제나 그러하듯 이곳에 오면 기호 사림의 중심에 있었던 성리학자로 ‘강문팔학사’ 중 한 사람으로 성리학 대학자인 외암 이간 선생의 묘소부터 찾는다. 이런 훌륭한 조상들의 음덕이 음으로 양으로 전해져 후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고 이 모진 겨울에도 푸르를 묘소를 굽어보고 있는 굵은 소나무가 좋기 때문이다.
 
오늘이 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지만, 아직은 정월이다. 봄이 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리듯 아직은 잔설이 남아 있는 누런 잔디가 잘 자란 이간 선생의 묘소 앞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간다.

외암 이간 선생 묘소
▲ 외암 이간 선생 묘소

낮은 돌담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본 이 겨울의 외암마을은 아직은 긴 겨울의 황량함이 느껴지고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여린 잎을 올리고 돌 틈 사이로 작은 풀들과 온갖 꽃이 피어날 그 화사한 봄날이 기다려진다.

외암마을 감찰댁
▲ 외암마을 감찰댁

외암마을 교수댁
▲ 외암마을 교수댁

외암마을 돌담길
▲ 외암마을 돌담길

달집태우기 행사가 진행될 외암마을 입구 빈 논에는 대나무 달집이 세워져 있다. 추수를 끝낸 이 텅 빈 논을 밟아 보니 나는 또 아득한 옛날 생각이 났다. 유년시절 마을 앞 물 마른 논은 동네 아이들의 운동장이었다. 이런 논바닥에서 우리는 종일 축구도 하고 여러 놀이를 하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뛰어다니다 새들이 V자 대형을 그리며 집 찾아 날아가는 어둠이 와야 뿔뿔이 집으로 돌아갔었다.
 
달집
▲ 달집

마을에서 준비한 망우리를 받은 사람들이 불씨와 나무를 넣고 돌리기 시작한다. 그래, 우리도 정월 대보름이 가까이 오면 흔치 않았던 깡통을 구해다 못으로 구멍을 뚫고 철사로 손잡이를 만들어 몇 날을 논바닥에 나가 망우리를 돌리곤 했었다. 망우리를 돌리면 윙윙 소리를 내며 불이 활활 타오르던 아득한 옛날 일들이 생각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망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
▲ 망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

망우리 돌리는 사람
▲ 망우리 돌리는 사람

곧 달집태우기 행사가 진행된다는 안내 방송이 있고 얼마 뒤 소원을 적은 쪽지를 끼워 넣은 새끼줄을 아산시장님이 선두에 서고 시민과 어린아이들까지 들고 뒤따르다 달집으로 이동하여 달집에 두른다. 그리고 불을 붙이자 불이 순식간에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 높이 오르고 뻥뻥거리며 대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원 종이를 매단 새끼줄을 달집으로 운반하는 시장님과 사람들
▲ 소원 종이를 매단 새끼줄을 달집으로 운반하는 시장님과 사람들

불붙은 달집
▲ 불붙은 달집

2023년 계묘년의 모든 액운은 활활 타오르는 저 불 속으로 사라지고 시민들의 풍요롭고 안전과 번영을 기원한다는 시장님의 인사말이 있고 난 다음 멈췄던 풍물 소리가 들리고 설화산 위로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자 사진을 찍느라 잊고 있었던 소박한 나의 소망도 빌어본다.
 
타들어 가는 달집
▲ 타들어 가는 달집

타들어 가는 달집
▲ 타들어 가는 달집

풍물놀이
▲ 풍물놀이

일부러 마음먹고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 아산에도 희미해진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는 이런 마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지는 밤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 머리 위로 휘영청 둥근달이 자꾸 나를 따라온다.

외암마을 야경
▲ 외암마을 야경

 
외암마을 장승제 및 달집태우기 행사
 - 매년 1월 14일(음력)
 - 문의 041-536-8453

 

 출처 : 충청남도 홈페이지

       도민리포터 설산님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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